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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피노의 삶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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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코리아포스… 댓글 0건 조회 2,371회 작성일 11-03-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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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피노의 삶과 생각


필리핀에서 생활한지도 반년이 넘었네요. 처음 왔을 때보다는 많이 익숙해져서 별로 해외라는 생각도 들지 않지만, 별로 살고 싶은 나라는 분명 아닌 것 같습니다.

시골에 있다보니 재미가 없어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제조업체에 있다보니 직원들과도 많이 친하게 되고, 업무상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는데, 그 가운데 느끼는 것이 참 많아서 글을 씁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필리피노

이들과 지내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느끼게 되는 필리피노들의 특징은 걱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가난도 좋지 않은 환경도 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세계에서 필리피노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고 하는데 이들의 생각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돈이 중요한가요?

우선 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보통 서민들의 임금이 약 P.4,000정도 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경우 잘 받는 직원이 P.8,000 (US$178)정도, 가장 말단 직원이 P.2,500정도 받는데, 현지 물가를 감안할 때 이 돈이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닙니다.

보통 집을 세들어 살기 때문에 P1,000 이상이 일단 월세로 나가고, 식비가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P.3,000~4,000정도 나갑니다. 참고로 제가 머무는 한인 숙소(한인 4명 및 maid 2명)의 식비는 1주일에 P.4,000 이상인데도 별로 먹을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P.4,000을 가지고 한달을 산다면 굶는 날도 많다는 이야기이죠.

저희 직원들 가운데는 점심을 못먹는 직원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날씨가 더울 때는 현장에서 쓰러지는 일도 다반사이고요. 거기에 트라이시클 및 지프니를 항상 타고다니기 때문에 교통비가 상당히 들어가고, 아이들이 있는 경우 교육비가 포함되면 P.8,000를 받더라도 모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 생각할 수도 없기 때문에 통장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한 달 동안 번 돈으로 그 달만 살아가고, 다음 달을 살기 위해서는 또 한 달을 일해서 그 돈을 고스란히 소비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얼핏 보기에는 별로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늘, 지금일 뿐, 내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약속은 안 지키고, 빌린 것은 쉽게 잊는다?

필리핀사람들과 거래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것은 정말 믿을 수 없다는 겁니다. 자재를 수입하면 컨테이너가 제 때에 들어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운송회사(forwarder)에 몇 번씩 컨테이너 출발 시각과 예상 도착 시간을 물어보게 되지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미 떠난 컨테이너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기사가 오다가 술집에서 술 한 잔 하고 내친 김에 자고서 다음날 오기 때문입니다. 다른 업체들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더군요.

한국인들은 대개 필리핀 직원들보다 돈이 많습니다. 그래서 돈 빌려 달라는 필리핀 사람들이 많지요. 들어보면 사정이 참 딱합니다. 환경이 안 좋고 먹는 것이 부실하다보니 가족 중에 병이 나는 사람이 생기게 되는데, 저축해 둔 돈이 없으니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생각나는 게 돈 있는 것 처럼 보이는 한국인들인데, 사실 그 금액이 수십만원 대가 되기 때문에 선뜻 빌려주기는 부담이 됩니다.

어쨌거나 불쌍해서 빌려주는 경우가 많은데, 후에 돌려 받았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볼 때, 못 갚는 것이 정상이거든요. 하지만 정말 이상한 것은 그렇게 도움 받았다는 것 자체를 별로 고마워하지 않고 곧 잊는다는 사실입니다. 쉽게 잊어 버리는 것이 천성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아예 줄 생각을 하지 않고서는 돈은 빌려주지 않습니다.

필리핀에서 신용거래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거래가 현금으로 이루어지고, 수표(check)는 은행지급보증 수표만이 유효합니다.

조삼모사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조삼모사의 고사가 여기에서는 아주 잘 들어맞는 다는 것입니다. Salary Deduct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것은 직원들 가운데 어떤 구매할 것이 있거나 할 경우, 가불과 같이 회사 돈으로 먼저 빌려주고 후일, 월급에서 공제하는 제도입니다.

여기 사람들이 이 제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당장 돈이 없어도 무언가를 살 수 있거든요. 결국 나중에는 얼마 안되는 월급에서 deduct된 salary를 받을 수밖에 없지만 말이죠.

앞에서 이들에게는 현재가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나중에 월급이 모여 얼마의 목돈이 될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 번 돈으로 무엇무엇을 할 수 있고, 살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인지 좀도둑도 참 많은데, 매일 얼굴보고 일하는 직원이 물건을 훔치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종교의 천국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천주교가 뿌리내린 곳인만큼 그에서 파생된 사이비 종교들이 참 널리 퍼져있는 곳이 필리핀입니다. 가장 활발한 것이 Iglesiani Kristo (Church of Christ) 라고 하는 것인데, 교세가 대단합니다. 건물도 모든 교회를 똑같이 지어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지요.

서울에서는 혜화동에 있는 천주교 성당에 주일마다 수많은 필리피노들이 모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종교적인 감사가 이들의 삶에 뿌리내린 것일 수도 있겠지요.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러나...

지금까지 필리피노들이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셨습니다. 걱정을 하지 않으므로 행복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삶에 만족하면 할수록 발전은 없다 라는 것입니다.

물론 평생 불만족만 하며 사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지만, 너무 만족하는 것도 좋은 것이 아닙니다.

과거 60년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국가로 생각했던 필리핀이 지금 경제, 사회적으로 이렇게 낙후되고 이후로도 별다르게 바뀔 것이 없다 라고 전망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는 무력해서 국가 인프라를 조성할 능력이 없고, 삶에 만족하는 국민들은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국가가 정체되는 현상이 지금까지 계속 되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현재에 너무도 만족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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