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과는 골프 치기 싫다 - 2
페이지 정보
글쓴이 : 싱글골퍼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1,792회 작성일 11-03-29 11:21본문
양지 쪽에 있는 지산 골프장을 가보신 분들은 잘 아실 껍니다.
그 곳은 웬만해선 2온하지 못하는 게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린이 워낙 운동장이라 심하게 생크만 안 낸다면..
보통의 경우 한클럽 정도 덜치고 더 쳐도 다 올라갑니다.. 정말 그 그린의 광활함이란...
서코스의 한 홀의 그린은 그린 안에 계곡도 있습니다 ^^;
바로 그 지산에서 라운딩을 할 때입니다.
물론.. 일주일 전의 그 전화를 저는 잊을 수가 없지요..
절대 울려서는 안 되는 전화.. 그것도 골프 부킹 전화로는 절대로 받지 말아야할 전화가 왔습니다..
그 선배는 저랑은 대학학부는 물론 대학원 석박사 과정 지도교수님도 같은 사람입니다.
골프를 치기 전까지 저는 그 선배랑 일주일에 거의 서너번을 만날 정도로 친한 사이였죠..
골프를 치기 전까진...
그 선배가 제게 골프를 권했습니다. 그건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고마운..
절대로 잊지 말아야할 은혜인 것은 사실입니다.
골프 채 풀 세트로 사준다해놓구 입 씻은 것만 빼고는요..
"어 **냐?? 형이다."
"어~~ 형이야?? (알아 알아.. 전화번호 다 찍히거든.. 요즘은..)"
"웬일로 전화했어??(이 뜻알지?? 너 골프치자 할 거 다 알지만 제발 피해달라는 의도야.. 이건.. 공부해서 알잖아..)
"하나 적어놔라.."
(안돼.. 또 부킹했다는 거구나.. 제발..)
" *월 *일 *시 지산 동코스"
(그게 지산이 아니지.. 지옥이지.. '지'자 돌림이라고 헷갈리는구나..)
"어.. 어.. 그~~으~~래??(이 꺼리껴함을 알지?? 느끼지?? )
"응, **랑 셋이 치는 거야"
(다른 누가 함께 치겠니..ㅠ.ㅜ 그 선수랑 나 빼고는..)
"누구 더 갈 사람 없나?? 네명이 쳐야 재미나는데??"
(누구?? 누굴 원해?? 짐까지 한 20명은 붙여줬었다.. 그 사람들 이제 나두 못 만나..)
"혹시 네가 구하면 말해라 자리 비워놓구 있을께.. 그날 클럽 하우스에서 보자"
"어어.. 그래.. 알겠어..(알겠다고.. 먼 자릴 비워.. 그 자린 언제나 비었지.. 에혀..)
운명의 그 날은 또 그렇게 빨리도 찾아왔습니다.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만난 그는 예의 그 후질근한 복장에 10년쯤 써서 이젠 빛이 바랜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그는 강남의 60평대 아파트에 살고 외제차를 몰며 당연히 연봉은 수억을 받는 사람입니다.)
"어 왔냐? 한 사람 더 구했나??"
"아 아냐.. 요즘 시즌이라.. 다들 바쁘네 ㅎㅎ(미친다.. 알잖어?? 몰라 정말?? 내 고등학교 친구 한명은 나더러 죽인데..
앞으로 골프 치자고 연락하면..)"
"** 야는 맨날 늦어.. 우리끼리 식사할까??"
"그러자 형.. 머 사정이 있겠지(조금이라도 덜 보고싶겠지..나두 배추국집에서 먹고 올까 했어...)"
그리고 우리는 나머지 한사람과 함세해서 필드로 나섰습니다.
동코스가 스타트였습니다.
동코스 1번은 굉장히 짧은 파4입니다. 원온은 까리하고.. 아연 티샷이 좋지요..
그 선배는 드라이버를 잡습니다. 그리곤 자기의 프리샷 루틴을 가져갑니다.
자....
일단 빈스윙 3번쯤 합니다. 그것두 아주 온 몸을 뒤틀어가며 이상한 폼입니다.
그것도 좋죠.. 머 자기 루틴이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셋업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천천히 백스윙..
그리고는!!
다시 연습 스윙을 한 세번쯤 합니다 ㅡㅡ^
캐디는 탁구 치는 것두 아니고 회원과 페어웨이를 번갈아 고개를 돌려가며 공을 찾으려합니다.
없지요.. 없습니다... 공은 여전히 티 위에 있거든요...
그렇게 우리 모두가 탈진해가고 있을 때 갑자기
"땅~~" 하고 공을 칩니다.
캐디는 허를 찔렸지만 열심히 공을 찾습니다..
없지요.. 없습니다.. 공은 오비 존으로 나갔거든요..
완벽한 슬라이스입니다. 그렇게까지 당겨가며 치킨 윙을 해서 스윙을 하니
공도 견디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어쨌든 그 공은 그 선배의 시달림에 못견뎌 깊은 계곡으로 도망쳐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도피및 탈출이 불가능합니다. 앞으로 17개 홀이 남았거든요..
"아씨.."
(아~~ 님은 왔습니다.. 지겨운 님은 또 시작되었습니다.. 푸른 소나무밭 사이로 난 계곡으로 공이 사라지고는
우리의 지겨운 님은 또 찾아왔습니다..)
"백스윙 딱 드는데 누가 떠드는 거야??"
(허걱.. 우린 아무도.. 소리는 커냥 숨도 안 쉬었었어요..)
"아.. 증말 남이 샷할 때는 말야..."
(제 1악장 라르고 : 초반에 짜증으로 시작하여 최소한 상대방 억장이 무너질 기본 조건 갖추기)
오비 말뚝에서의 4번째 샷
우리 모두는 이제 얼음이 되었습니다.
캐디는 손으로 입까지 가립니다. 혹시나 뒤팀이나 옆홀에서 소리가 날까봐 두근두근합니다.
새라도 한마리 날아들면 확 죽여버릴 정도의 살기도 제겐 갖추어져있습니다.
"틱"
어라?? 틱?? 딱이 아니고??
포온 실패입니다.. 아.. 우리 선배는 그 아무나 쳐도 막 나간다는 비싼 아연을 들고도
그 넓은 스윗스팟을 다 버리고 가 가느다란.. 마치 배드민턴 선수들 연습때나 쓸 토우 부분 끝의 샤프트로 때립니다.
고난도 기술입니다.. 감히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린 앞 벙커로 갑니다..
"휴.."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그 벙커 아니었으면 또 오비였거든요..
그러나 우리는 너무 순진했습니다.. 벙커는 그곳에 있으면 안되는 것이었더군요..
코스 설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집니다.. 이건 상식이 어쩌고 저쩌고..
결국 그 선배는 그 홀을 벙커에서 끝냅니다. 그에겐 그곳이 너무 깊었던 거지요..
그렇게 우리의 라운딩은 한홀 두 홀 쌓여갑니다.
캐디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피로와 짜증도 쌓여갑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지.. 제 가여운 뇌는 용량 초과로 버벅대고
심지어 9번 쳐야할 거리에서 6번을 치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라이는 이미 읽기를 포기했지요..
최대한 빨리 칩니다. 얼릉 얼릉 이 라운딩이 끝나길 기원하고 또 기원합니다.
그 선배의 공이 벙커에 빠지면 우리가 몰래 집어내서 벙커 턱에 올려놓습니다.
물론 그 때 나머지 선수는 선배의 시선을 가로막아 은폐하지요..
그럼 뭐합니까.. 거기서 다시 벙커로도 넣어버리는데...ㅠ.ㅜ
실력이 떨어지는 거야.. 누가 뭐라하겠습니까...
하지만.. 빈스윙 평균 6개 이상.. 매 샷 짜증 멘트 일발.. 모든 샷 남 탓하기..
연습장 좀 가자하면 자긴 필드가 연습장이라 하고...
결국 어찌어찌해서 라운딩이 끝났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냐.. 이렇게 마음 속으로 욕만 할 것이 아니지.. 저러다 저 선배 완전 왕따되니..
소주 한잔 하자 해서 바꿀 건 좀 바꿔야겠다.'
그리곤 셋이 강남의 모 음식점에 가서 한잔 하고
2차 가자고 꼬득여 룸방에 갑니다.
술은 이미 거나해졌고 다들 분위기도 눅어졌길래
한마디 시작합니다.
"형.. 내가 진심으로 형을 걱정해서 하는 이야긴데...
어라 의외로 이야기가 잘 풀립니다.
"어 내가 그랬어?? 그럼 안 되지.. 다른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면.. 내가 당장 바꿀께!!"
"야!! 역시 우리 형이야!! 형 사랑해!!"
폭탄주가 오고가고.. 노래 부르고 부등켜 안고.. 정말 행복합니다. ㅎㅎ
그 자리에서 당장 다음 부킹을 잡습니다.
저두 한명 무조건 더 데려오기로 하고 물론 꼬득여 놓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흐뭇하고 행복한 기분으로 지산 동코스 1번홀에 섭니다.
또다시 기나긴 프리샷 루틴이 시작됩니다. 머 좋습니다. 그걸 어떻게 단기간에 바꾸겠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프리샷 루틴이야 얼마든지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씨.. 누가 나 빽 스윙하는데 장갑 열었어?? 이건 말야 기본이.............."
저는 지금 한국에서는 골프 끊은 걸루 알고 있습니다....ㅜ.ㅡ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14-09-30 14:24:35 골프 게시판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카페지기님에 의해 2014-10-23 16:42:02 순수필리핀여행기에서 이동 됨]댓글목록
바랑가이진님의 댓글
바랑가이진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ㅋㅋㅋㅋ
매우 재밌네요.. 안타깝기도 하고...
이리저리로님의 댓글
이리저리로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깝깝하셨겠어요. ㅎㅎㅎㅎ
후후후님의 댓글
후후후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잘보고 갑니다
하늬구름님의 댓글
하늬구름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ㅋㅋㅋ 소설같아요... 아직도 그분은 가라스윙중 이겠죠..
산가마니님의 댓글
산가마니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j님의 댓글
j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ㅎㅎ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kennychun님의 댓글
kenny…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