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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노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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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sabre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8건 조회 859회 작성일 11-04-20 14:38

본문

1.

 

언제쯤이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는다.

 

아침에 눈을 떠 고양이 세수를 하고 주의산만한 아침식사가 끝나면..

 

아무리 친해지려해도 재미있는 구석이라곤 찾을 수 없는 오늘의 숙제가 아이를 기다리고있었다.

 

뚱한 표정으로 입이 나올대로 나온 아이는 꼼짝없이 자리에 앉아..

 

하는 둥 마는 둥..

 

시간이 어서 흘러주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이렇게 아이를 책상에 앉혀놓기까지가 하루중 엄마와 아이 사이에 가장 팽팽한 줄다리기 시간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해가 하늘 가운데를 향해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을때..

 

창밖 담 너머로 아이의 구원병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Sabre 야~ 노올자~! "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팔려 몸이 닳을 대로 닳은 아이..

 

안 들리는 척, 모르는 척 더 분주하게 집안 일을 하는 엄마..

 

이 둘 사이엔 조용하고 치열한 곁눈질 싸움만이 이루어 지고 있었다.. 

 

 

담너머 끝없이 반복되던 아이들의 합창이 목 쉰 절규에 가까워지자..

 

너털웃음을 짓던 엄마..  

 

오늘도 엄마가 아이들에게 졌다는 신호였다.

 

엄마가 사뭇 엄한 표정으로 바꿔 아이를 바라보며 말한다.

 

" 친구들이 부르네... 놀다와. 대신 저녁에 꼭 검사할거야 ! "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는 네~~! 라는 말과 함께 대문밖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즐거웠는지..

 

무엇을 하고 놀았었는지..

 

또 즐거웠던 그 시간을 함께 했던 그들이 누구, 누구 였는지..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동네 형, 누나, 동생들 .. 성별도 나이의 구분도 필요없었다.

 

마치 그날의 놀이 성과를 자랑하듯..

 

땀과 흙먼지로 범벅이 된 놀이터의 아이들만 그곳에 있었다.

 

 

 

 

오전엔 느림보 거북이 같던 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땅으로 내려 앉아 하늘에 저녁 노을이 수놓아 질 때면..

 

하나.. 둘 아이를 찾으러 온 엄마손에 이끌려 각자의 집으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게 된다. 

 

한나절을 그렇게 놀았으면서도..

 

무엇이 그리 아쉬웠던건지..

 

친구들이 동네 골목 모퉁이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들곤 했었다.

 

 

 

 

어떤 때는 함께 즐거웠고...

 

또 어떤 날은 싸우기도 했지만...

 

다음날이 오면 어제 일은 꿈 속에서 지워버렸던 건지..

 

담 너머 그들을 향해 목이 쉬어라 외쳤었다..

 

 

" 친구야~ 노올자~~"

 

 

 

 

 

 

2.

 

필리핀의 무엇이 가장 좋았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 망설임 없이..

 

"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이 가장 좋았었다. " 고 말하곤 한다..

 

지금 한국에선 이젠 찾아보기 힘들어진...

 

땀과 먼지에 범벅이 되어..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만큼은..

 

필리핀을 방문해 어지간한 거리를 갈때면 ..

 

나를 항상 걷게 만들었던 이유였다.

 

빈부나 더러움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누군가 나를 해칠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잠깐뿐이었다..

 

그저 그들이 사는 모습이 내 눈에는 가장 인상적이었고..

 

내가 잃어버린 가장 그리운 것들 이었다.

 

 

 

 

떠나기 하루 전 ...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오라오라병의 원인은 밤문화, 아름다운 경관 등등..

 

저마다 다 각각의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예전 마간다 카페에서 종종 글을 올려주시던 마닐라 특파원 Eric 님이 떠오릅니다.

 

그분의 글들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내가 바라보던 마닐라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아서 참 좋아했거든요..

 

땀과 먼지 범벅이 된 옷을 입고 동네에서 뛰노는 아이들 모습을 볼때면 ..

 

그동안 잊고 살던 뭔가를 다시 일깨워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되니까요 :))

 

혹시 Eric님 이 글을 읽으신다면 쪽지라도 한통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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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서로 알아가는 것이 나이가 들어갈 수록 점점 힘들어 지는 것을 느껴요.

 

어린 시절엔 이해관계따윈 필요없이 그냥 서로 웃고 즐길 수 있었는데..

 

점점 내 스스로 다가 가기에도....  다가오는 누군가도....

 

삶의 때묻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때가 있으니까요..

 

순수함으로 만나고 싶지만,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때론 아쉽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도..

 

때론 다투고 흩어질 때가 있지만...

 

어린 시절처럼 내일은 모두 잊고 다시 만나 즐거운 한 때를 함께 하는 그 날을 기대해봅니다 :))

 

 

 

아마도 지금 처럼 활동을 자주 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과 여건이 허락한다면 반드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필리핀에 오시면 언제든 "  친구야~ 노올자 ~ " 라고 외쳐주세요 ..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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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4. 20  Sabre.

댓글목록

호그니님의 댓글

호그니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샤브레님께서 이런 멋들어진 작문실력이 있으실 줄이야....^^*
드디어 내일이면 떠나시는군요...
떠난다 생각을 하지 않고 저희와 거리만 조금 멀어졌다고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순수한 모습을 잃지 않으실거라는 믿음으로 다음 만남을 기약하도록 하죠...^^*

산타클로스님의 댓글

산타클로스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수에 젖어봅니다^0^
정말 그시절이 그립군요..
놀이터를 보면 문득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납니다..
요즘은 텅 비어 발길이 끊긴 놀이터를 말입니다..

sabre님의 댓글

sabre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린보이 넵 나타날 겁니다. 단~! 8옥타브 친구야~ 노올자~~ 를 외쳐주셔야.. ㅋ

@쿠폰북 슝~~슝~~ 날아가겠습니다. ㅋ

@사진작가 어떤..것을 써먹으실지.. :)) 

@청람 마닐라로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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