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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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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세부아노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1건 조회 1,057회 작성일 11-06-03 16:38

본문

올렸던 글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약속드린 대로 계속해서 재미난 이야기 천천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에 있으려니, 사무실에 앉아서 매일 카페 들락날락 거리는 게 유일한 낙이군요.

 

필리핀에 있을 때가 일이 훨씬 많아 몸은 피곤했지만 더욱 즐거웠었죠, 한국에서는 몸은 편해도 생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칠월만 손꼽아 기다리는 제 모습이 전역을 기다리는 말년 병장보다 백배는 더 우울해 보입니다. ㅜ_ㅜ

 

이렇게라도 옛날 이야기들 풀어놓으면서 옛 생각도 하며 회원님들과 소통하는 낙이라도 없다면 돌아버릴 것 같네요. ^-^;;

 

 


저는 요리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장보는 것도 좋아하구요, 그러다보니 시장을 많이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보통 소매로 물품 구입할 때는 주로 콜론 메트로나 138마켓, 까르본마켓을 이용합니다만

 

살 것이 많을 때는 마크로나 프린스웨어하우스클럽,화이트골드클럽 등을 이용합니다.

 

같은 메트로 슈퍼마켓이라도 아얄라센터 내부의 메트로는 가격이 더 비싸죠,

 

같은 세이브 모어라도 파크몰, 마리나몰, SM지점이 가격이 조금씩 다른 것 처럼 말이죠.

 

알뜰 구매 한다고 여기저기 발품을 팔다보니 나름대로 장보기에 노하우가 생기게 된 것인데,

 

과일은 어디서, 공산품은 어디서, 식자재는, 의류는, 수산물은... 등등...

 

파르도부터 라푸라푸까지 계속된 장보기 여행으로 이젠 무엇을 어디에서 사야 좋은지에 대해 나름의 맵이 완성이 된 셈이죠.

 

 

 

사람이 가장 조심해야할 시기는 아무래도,

 

편협한 시각으로 자만에 빠져있을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현지 친구들과의 끊임 없는 밀접한 교류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볼때 같이 시장 가자고 부르기도 하고, 시간 한가할 때면 집에 초대해서 맛있는 요리도 해주기도 하는 식이죠...

 

그런식으로 알게된 시장들 중심으로 장을 보기 시작하게 된 것인데요.

 

그렇게 친구들 덕에, 나름 알뜰하게 장만한 재료를 가지고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함께 나눠먹는

 

소소한 즐거움이 얼마나 큰 것인가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신 분들은 절대로 짐작할 수가 없으실 겁니다. ^-^

 

재미있게 떠들며 한 상 크게 차려먹고나면 대통령도 안 부럽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싶을 정도니까요.

 

그러다보니 현지 친구들의 초대를 받을 때가 빈번해서, 바쁠 때는 초대에 응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요,

 

그중에는 KTV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한번 풀어보려 합니다. 서론이 엄청 길었죠? ^-^;;

 

 

 

오늘이 자기 어머니 생신이랍니다. 그래서 오늘 데이오프를 했으니 저녁에 만나서 같이 놀다가 집으로 가자더군요.

 

저도 필리핀에서의 생일날을 겪어봐서 잘 알지만 필리핀에서의 생일은 생일을 맞은 당사자가 쏴야(?) 하죠...

 

근데 더욱 특이한 건 그러한 룰 마저도 '그때 그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구요...;;

 

어쨋든, 즐거운 마음으로 약속장소를 향해 번개처럼...은 훼이크고!  지프니를 타고 갔습니다.

 

어디냐는 문자를 도착까지 다섯번을 받으면서, 온 더웨이라고 보내주는 것을 잊지 않으며 말이죠.

 

철저한 필리핀 타임을 엄수하여 약속시간보다 정확히 한 시간 늦게 도착해 주었습니다.

 

줄리아나 오른쪽 옆 건물에 보면 술을 파는 작은 슈퍼마켓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더군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티타들도 있고, 매니저도 있고, 못보던 신입 귀요미들로 세 테이블을 다 잡고 있더군요.

 

거긴 선불제였으니 망정이지 후불제였으면 심장이  멎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놈의 필리핀 타임이 절 살렸죠.

 

 

------------------------------------------------------------------------

아닌게 아니라, 다른 친구에게 전에 한번 크게 데였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커즌이랑 졸리비에 있으니 와서 밥 한번 사달라기에 아무

 

생각없이 '알았다' 하고 갔더니만... 사촌에 팔촌까지 데려다 놓은 것 처럼, 거짓말 전혀 안 보태고 약 마흔 명 정도가 졸리비에

 

입장하는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기억이 나더군요... 그 '남녀노소' 중에 '노'만 빠진 '남녀소' 마흔 명이 큰 소리로 일제히 외치는

 

[씨 뜨리!!! (치킨+스파게티 세트)] 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씨 뜨리.... 그 날 이후로 졸리비 C3세트는 절대 먹지 않게 됐습니다.

 

아...씨 뜨리... 120페소 곱하기 40..... 아..... ㅜ_ㅜ

------------------------------------------------------------------------

 

 

많은 초대를 받아봤지만, 이건 왠지 속은(?) 기분이 드는 것이...

 

집으로 바로 초대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새벽 2시가 된 지금까지도 술을 먹고 있는 것이...

 

어머니 생신 핑게로 신명나게 놀아보자는 느낌이 팍! 왔던 것이라...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귓 속말로 물어봅니다.

 

[엄마보러 가야지~ 언제가?]

 

그러자,,, 그 친구 하는 말

 

[Ku Re Ka Ja~!]

 

.....


음... 이 친구 술이 과했습니다. 어머니 생신은 이미 뒷전입니다.

 

친구들에게 벌떡 일어선 채로 바이바이를 외치자, 일동 기립하여 저와 이 친구를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어줍니다.

 

난감했지만, [아니야, 아니야, 난 프린스코트를 가려는 게 아니야] 라고 까불어주자 배를 움켜잡고 좋다며 웃고 까무러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멋대로 택시를 잡아탄채로 문을 잡고서는 저보고 빨리 타라는 싸인을 주는군요.

 

 

 

저는 이 친구가 어떻게 사는지 참 궁금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메이저급 KTV에서 나름 에이스였기 때문인 것도 있고, 하고 다니는 행색도 깔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죠.

 

편하게 집에도 데려다주고 준비한 선물이라도 전해드리고 가야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거 뭔가 초조합니다. 택시 미터기가 이미 250이 넘었습니다. 그냥 새벽녘이라 신경안쓰고 가만히 있었던 것인데...

 

거리가 장난이 아닌겁니다.... 돈도 돈이지만,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하는 것인지 걱정스러워졌습니다.

 

[우리 얼마나 더 가야해? 가는 곳이 어디야?]

 

그러자... [ 하구비아오 ] 랍니다.

 

무슨, 마법의 주문도 아니고... 아직까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하구비아오'

 

굉장히 멀었던, '하구비아오'...... 콤포스텔라 방면으로 갔던 기억이 납니다.

 

아~ 드디어 지루한 도로에서 우회하여 마을로 보이는 입구로 들어섭니다.

 

'이제 다 온것이로구나'라고 생각할 때가 미터는 이미 350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비오스 신형 택시 미터기엔 말이 달리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미터기였죠...

 

어찌나 빠르게 달리던지, 말이 피를 흘리면서 달리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ㅡ_ㅡ;

 

어쨋든, 그 마을 입구로 부터 산을 계속 오르는 데, 뺑뺑이 산을 오르는 그 느낌은 탑스 힐을 오르는 것 보다 더 지루하고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결국 택시기사한테 500페소를 내고도 모자라 깎아달라고 [마히모 삘라이 항요?] 애교를 떨 수 밖에요...

 

이거 산동네도 보통 산동네가 아닙니다... 택시로 새벽길을 광속으로 30분을 넘게 달려와... 10분을 산을 올랐으니

 

그 높이도 어마어마하고, 울고 있는 닭들의 수도 어마어마하고, 나를 쳐다보는 사람의 수도 어마어마 합니다....

 

집은 더 어마어마 했습니다. 다 무너져가는 판자로 만든 작은 오두막이었습니다.

 

아... 나를 쳐다보는 수 많은 시선들....

 

저는 이미 그곳 현지인에 비하면 현지인 축에도 못 끼는 완전! 세련된 한국인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제가 말이죠....

 

그 다 무너져가는 오두막에 문이라고 만들어 놓은 판자떼기를 옆으로 밀어 열어보니, 거기에 그 친구가 마더라고 부르는 할머님

 

한 분이 나에게 친절히 인사해주시며 [ 까론 다욘~ (어서 들어오세요) ] 이라고 해주십니다.

 

당신은 밖에 나가서 따로 쉬면 된다고 하시며, 둘이 여기서 자라고 하십니다.

 

늦은 시간에 방문한 것부터해서 여러가지로 죄송한 마음에 제가 준비한 빠사루봉이라며 수줍게 건네자 아이처럼 기뻐하십니다.

 

 

------------------------------------------------------------------------

조금 이 장면이 이해가 안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또 경험해보신 분들은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요?? 딸이 데려온 처음보는 남자친구에게 내 딸과 둘이 자라며 방을 비워준다?? 그것도 단칸방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저는 몇 번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 그들의 정서상 충분히 그럴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정중히 거절하고 집에 돌아올 것을 미리 대비를 하곤 했었죠.

------------------------------------------------------------------------

 

 

그런데, 그 날은 평상시와 얘기가 달랐습니다.

 

시간은 이미 깊은 새벽인데다가, 어마어마한 산골 동네로 들어와버린 덕택에 택시도 부를 수 없고 지프니는 당연히 없었기

 

때문이죠... 아 이거, 야단 났습니다... 단칸방에서 이 친구와 꼼짝없이 자고 가야하게 생겼습니다...

 

이 착한 친구는 저에게 선풍기를 양보합니다... 산골이라 다른 곳보다는 시원한 바람이 나쁘진 않았습니다만

 

이렇게 좁디 좁고 무너져가는 판잣집에서 유명 KTV의 에이스라는 친구가 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잠을 청해보았습니다.

 

-수위조절을 위한 중략-

 

 

 

아침이 밝았습니다.

 

들어왔던 방법 역순으로 판자를 옆으로 제쳐 열고 나왔습니다. 밤에는 잘 못보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개 다섯마리정도가 저에게 달려옵니다. 닭들도 많습니다. 우물가에서 멱을 감고 빨래를 하고 있는 것도 보입니다.

 

수 많은 마을 사람들 여전히 저를 신기하게 쳐다봅니다.

 

어머님은 저더러 아침을 먹고 가라고 하십니다. 이 친구 집이 알고 보니 그 산골 마을의 유일한 작은 로컬 식당이었습니다.

 

반찬통 세 가지 정도를 꺼내놓고 음식을 파는 식당이었는데, 발롯도 능숙하게 먹는 제 비위에도 먹기 힘들어 보이는

 

음식들이었습니다. 괜찮다며, 바빠서 먼저 가 봐야겠다고 인사를 드리며 겨우겨우 사양했습니다.

 

그나저나 집으로 돌아갈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걸 아는지 이 친구가 어딘가에 전화를 해줍니다.

 

아버지랍니다... 아버지께서 오토바이를 가지고 곧 오실꺼랍니다... 그걸 타고 산을 내려가면 택시가 있다는군요..

 

어찌나 고맙던(?)지....  그건 그렇고...

 

[앗 그런데 너의 모습이....] 라며 노메이크업 얼굴과 현지인 복장으로 환복한 모습의 그 친구를 보며 씩 웃어보입니다 ㅎ

 

그러자 그 친구도 씩~ 웃으며 샤워를 아직 안했다고 하더군요. 우물가를 가서 샤워하는 걸 도와주고(?) 있을 때쯤 아버지가

 

도착하셨습니다. 물론 제가 바가지로 물을 부어주면 겉옷을 입은 채로 하는 샤워였지만, 그 장면을 연출 중에 아버지가 도착

 

하셨습니다. 이것 참, 어제에 이어 연타석으로 어색한 장면이 계속 연출됩니다.

 

처음보는 아버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아버님의 뚱뚱한 허리춤을 제 팔로 감아 안고 오토바이 뒷 좌석에 앉았습니다.

 

친구와 굿바이 인사를 하고 산을 내려와 힘겹게 집으로 돌아왔네요 ^-^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

 

실제로 산으로 갔었던 이야기이기도 했고, 서론과는 거리가 있는 마무리라...ㅎ

 

산으로 가는 이야기라 제목 지어봤습니다.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목록

다그래님의 댓글

다그래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택시 미터기 안에 말그림이 피나게 달리고 있다에 빵 터졌습니다..ㅋㅋㅋㅋㅋ 레드홀스 마시고 택시탈때 느꼈는데...미친말..ㅋㅋ 재미있습니다... 연재도 해주세요~~~

산타클로스님의 댓글

산타클로스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하나를 읽었는데, 드라마를 한편 본것 같네요..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저런 추억 하나 하나가 가장 소중한게 아닐런지 합니다
보통 대게의 경우 술먹고 여자꼬시기에 바뻐 흔해 빠진 나날들을 보내는게 보통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기왕에 필리핀이든 어디든 해외로 나갔으면 두루 돌아다녀보며 많은걸 보는게 남는것이겠죠
에피소드 잘 보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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